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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_image이창재|  16-03-15

형사

#1주차장에서 누가 제 차를 긁고 갔어요, 이거 뺑소니 범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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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누가 제 차를 긁고 갔어요, 이거 뺑소니 범죄 아닌가요? - #1

 

일단, 이런 일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속이 상합니다. 도로에서 운전하여 다니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라면 본인의 잘못도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지만,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다른 사람이 접촉사고를 내는 경우라면 대부분 세워둔 차주에게 과실이 인정될 만한 사정은 없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흔히들 하시는 말씀이 뺑소니를 당했다고들 하시는데 과연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일까요?

 

정답은 뺑소니라고 할 수 없다입니다.

 

자동차의 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고는 일반적인 분류로 1) 대인사고 2) 대물사고 3) 대인+대물사고 이렇게 나누곤 하는데요, 사실 법률상 취급에 따른 분류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보험처리와 관련된 분류라고 생각되나 실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대인사고는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상-치사, 대물사고는 도로교통법 제151(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에 의한 재물 등의 손괴)가 각 처벌규정인데요, 1)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긁고 2) 도망간 경우는 과연 이 중 어떤 경우에 해당되는 것일까요?

 

우선 1)부분부터 보면,

원칙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것(탑승한 상황도 아니므로)이 아니므로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손괴가 문제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통사고에 관하여 보험, 형사절차 등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정해둔 또 다른 법률이 있어 상황이 달라집니다.

 

바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그 법률인데요, 대물사고의 경우, 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으면 피해자와의 합의가 없어도 공소제기를 할 수 없게끔, 즉 형사처벌을 위한 재판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가해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제아무리 괘씸한 경우라 해도 형사처벌을 받게 만들 수는 없게 되는 것이지요.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갔는데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형평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구요?

 

물론 그렇습니다. 형평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지요. 일반 형법에서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등 손괴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럼 과연 주차장 사고를 내고 도망간 것과 같은 경우에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달리 취급을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형법상 손괴죄는 고의범즉 일부러 타인의 재물을 망가뜨린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손괴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과실에 의한 경우를 그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 차대차의 교통사고라는 것은 사실 가해차량에도 동시에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운전의 부주의, 즉 과실로 인한 것이니 법적으로 엄히 다스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의 차를 이용해 고의로 다른 사람의 차 등을 들이받아 망가뜨리는 경우에는 형법상 손괴는 물론 경우에 따라 특수협박, 폭행 혹은 그보다 더 무거운 죄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요.

 

그러니까 주차장에서 차를 빼거나 넣다가 옆 차를 긁는 경우 등은 그 운전자도 실수로 그런 것이니 고의로 그런 경우처럼 엄하게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인 것입니다. 물론 그냥 도망간 점이 괘씸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사실 입장을 바꾸어 내가 주차장에서 옆차를 긁은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좀 과한 처벌이라는 점에 납득이 가시지 않겠는지요. 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들면서 내차를 들이받는 경우에도 대부분 형사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도 가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법률은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하도록 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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