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부부가 협의이혼하기로 하여 협의이혼을 신청한 후 숙려기간 중 부…본문
[가사 / 부부가 협의이혼하기로 하여 협의이혼을 신청한 후 숙려기간 중 부부의 일방이 다른 사람과 이성교제를 하였다면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까?]
1. 들어가며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어떤 사안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판단의 기준이지만, 하급심 판결들을 살펴보는 것은 정말 구체적으로 해당 사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오늘은 이혼 소송에 관한 사안을 살펴볼텐데요, 부부가 협의이혼하기로 하여 협의이혼을 신청한 후 숙려기간 중 부부의 일방이 다른 사람과 이성교제를 하였다면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알아보시겠습니다.
2. 부산가정법원 2020. 2. 4. 선고 2018드단205427 판결
가. 이 사건의 사실관계
○ 원고와 피고는 2006. 8. 22. 혼인신고를 마치고 그 사이에 사건본인들을 둔 법률상 부부이다.
○ 피고는 혼인기간 동안 건설업을 영위하면서 소득을 올렸고, 원고는 전업주부로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다가 2011. 9.경부터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근무하였다.
○ 원고는 2013년경 피고와 함께 골프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는데, 그 무렵 같은 동호회 남자회원으로부터 골프의류를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구입하여 원고의 차량 뒷좌석에 놓아두었다가 이를 발견한 피고로부터 부정행위 의심을 받게 되었다. 위 사건을 계기로 원고와 피고는 동호회 활동을 그만두었고, 피고는 원고의 외부활동을 경계하면서 통제하려 하였다.
○ 원고는 2016. 9.경 피고의 동의를 받고 배드민턴 동호회 활동을 다시 시작하였으나, 원고가 약속한 귀가시간인 밤 10시를 넘기는 경우가 잦아지고 방학을 맞아 낮에도 배드민턴 운동을 하게 되자, 이에 불만을 가진 피고가 2018. 1.경 동호회 활동을 그만둘 것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이를 거절하면서 오히려 이혼을 요구하였고, 피고가 이에 응하면서 원고와 피고는 2018. 2. 14.경 이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을 하였다.
○ 한편 원고는 2018. 1. 말 또는 2018. 2. 초경부터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이던 소외 1을 개인적으로 만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2018. 3. 4.경 소외 1을 만나 영화를 관람하였고, 2018. 3. 13.경에는 함께 피아노 공연을 보기도 하였으며, 피고와의 이혼 등 법률문제 상담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때 소외 1과 동행하였다.
○ 피고는 원고의 SNS 계정에 몰래 접속하여 원고와 소외 1의 관계를 알게 되었고, 2018. 3. 22.경에는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을 단체 카톡방에 초대하여 원고와 소외 1이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원고와 소외 1이 피고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하였는데, 원고에 대한 혐의는 기소유예처분이, 소외 1에 대한 혐의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 원고는 2018. 4. 4.경 집을 나와 그 무렵부터 피고와 별거하고 있다.
나. 법원의 판단
○ 혼인관계 파탄 인정 :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부부간 갈등의 내용 및 정도, 원고와 피고가 2018. 4.경부터 별거 중이고, 이 사건 본소와 반소로 이혼을 구하고 있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
○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 : 원고와 소외 1이 교제하기 시작한 정확한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일 이후 숙려기간에 교제한 점에 대하여는 원고도 인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간 갈등과정에서 별거기간 또는 협의이혼 숙려기간은 혼인관계 유지 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시간이기도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 역시 혼인관계의 유지를 방해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원고와 소외1이 교제를 시작한 시기, 원고와 피고 사이의 갈등이 증폭된 경위와 그 시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소외 1의 관계가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에게도 혼인기간 동안 원고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원고를 비난하고 통제하려는 가부장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무마하려 한 잘못이 있으나, 그 책임의 정도가 원고의 책임을 상쇄할 정도에 이른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혼인기간동안 상호 간에 누적된 불만과 갈등에 더하여 원고와 소외 1의 부적절한 관계가 주요한 원인이 되어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책임은 원고에게 조금 더 있다고 판단된다.
3. 마치며
보통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 다른 사람과 만나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이럴 때, 대리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정적인 소송 진행을 위하여 그러한 행위를 자제해주실 것을 요구하는 편인데요, 오늘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협의이혼의 경우는 숙려기간 중 다른 사람과 이성교제하는 것도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시고 어떤 행동이 자신의 소송 진행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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